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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노래]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들 - 최강희의 '한여름의 추억' 그리고 윤종신 '나이'
    라이프/리뷰 2026. 5. 12. 23:08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서른일곱의 라디오 작가의

    가장 찬란하게 빛나고 가슴 시리게 아팠던

    사랑의 연대기를 섬세하게 그린 드라마

     

     

     

    이 사진 속 최강희가 너무 예쁘다

     

    드라마 위시리스트에 넣어만 놓고 몇 년을 묵힌 드라마가 있다. 바로 한여름의 추억

    처음엔 정말 한여름에 봐야지 미루고 또 단편이라 집중해서 봐야할 것 같아 미루다가가 올해 드디어 플레이 버튼까지 눌렀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최강희의 거북목이 거슬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여름에 꼭 어울릴만한 배우는 최강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꺼지지 않고 돌아가는 선풍기, 흔하디흔한 간장 계란밥도 최강희와 함께라면 정말 한여름의 추억처럼 떠올려질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 해준아 난 안 늙을 거다 이렇게 물기 나는 채로 평생 살 거다 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

     

     

    사실 나도 수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여자 나이 25살이면 꺾인다느니 30살이면 사형선고라느니 나이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이 말들에 나를 끼워 넣었다. 아직 30인 나도 이런데 37살의 한여름이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의 불편함들은 얼마나 더 했을까 싶다.

     

    평생을 이쁘장한 여자로 살아왔고 늘 젊을 줄 알았던 스스로를 초라하게 보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여름이 떠올리는 사랑의 기억들은 그녀가 정말 빛났었다는 증명 같아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위안이 됐다.

     

     

     

     

     

    전요

    외로워요

    외로워서 누가 내 이름 한 번만 불러줘도 울컥해져요.

    밥 먹었냐는 그 흔한 안부 인사에도 따뜻해져요.

    스치기만 해도 움찔하고 마주 보기만 해도 뜨끔하고

    그러다 떠나버리면 말도 못 하게 시려요.

     

    그런 저한테 그리고 그쪽이 연락을 주고받는 수많은 여자들한테 이런 짓 하지 말아 주세요.

     

     

    한여름과 오제훈의 대화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특히 위 대사. 너무 좋다.

    올해 초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관계들로 힘들었는데 이 드라마가 위로가 됐다. 특히 그러다 떠나버리면 말도 못 하게 시려요.

    이 대사가 입에 자꾸 맴돈다. 그만큼 너무 좋았다.

     

     

     

     


     

     

     

    전요

    어릴 때 잠깐 만났던 남자한테선

    마음 감추고 내숭만 떨면 아무도 내 진심 몰라준다는 걸 배웠고요.

    스무 살 즈음 지겹게 싸워댔던 남자친구한테서는

    헤어지자는 말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그리고 가장 오래 만났던 남자한테서는

    내 욕심 때문에 상대 진심 짓밟으면 벌받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외에도 비 오는 날은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은 건 지

    와인은 어떤 게 비싸고 맛있는 건지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뭐고

    티셔츠의 핏은 어떻게 입는 게 이쁜 건지조차

    다, 모두 다 내 지난 연애를 통해 배웠어요.

     

    그리고 그쪽을 포함한 날 간만 보고 도망친 수많은 남자들에한테서는요

    내가 상처받지 않게 치는 울타리가 다른 사람한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어요

    그런데 왜 나보다 나이도 많고 결혼도 해본 오제훈씨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거죠?

     

     

     

    전에 헤어지고 힘들어할 때 친구가 해준 말이 있다. 짧던 길던 연애가 끝나면 배우는 게 있다고. 어떤 연애던 네가 배운 게 있으면 그건 잘된 일이라고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그때 그 말이 위로가 많이 됐었는데 한여름의 대사에서도 그때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연애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내가 보지 못했던 나를 바닥까지 끌어내리기도 한다. 지난 연애를 통해 배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한여름이 멋있게 느껴졌다. 비록 이 장면이 한여름에게는 속상하고 슬플지라도 이 말을 듣는 오제훈에게는 본인을 한번 즈음은 돌아보게 되었으니 여러모로 참 좋은 대사였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별거 아닌 저를 잠시나마 빛나게 해준 당신 감사합니다

     

    안녕,

    잘 가세요

    가서 행복하세요

     

    한여름의 과거 남자친구들이 여전히 한여름을 떠올리면서도 그녀의 죽음에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게 인상 깊었다. 사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만났던 남자친구는 그럴만하고 현재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음을 더 와닿게 느끼는 건 맞으니까.

     

    그러면서도 만났던 모두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한여름이 부럽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상대적으로 희미한 기억들은 옅어지기 마련인데 당사자인 한여름뿐만 아니라 구 남친들에게도 흔적이 남아있다는 게 참 사랑받은 사람이구나 정말 찬란하게 빛났었구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여름 덕분에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남자들의 장면이 지나가면서 마지막에 밝게 웃는 최강희의 얼굴이 뜰 때 정말 울컥했다.

     

     

     


     

     

     

    이 드라마를 보고 윤종신의 나이라는 곡이 떠올랐다.

    올해 초에 우연히 들었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했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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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 두 자리를 넘기기 어려운데 늘어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하지 말아야 할 게 늘었어 어린 변화는 못마땅해 고개 돌려 한숨 쉬어도

     

    날 사랑해 난 아직도 사랑받을 만해 이제서야 진짜 나를 알 것 같은데

    이렇게 떠밀리듯 가면 언젠가 나이가 멈추는 날 서두르듯 마지막 말할까 봐

    이것저것 뒤범벅인 된 채로 사랑해 용서해 내가 잘못했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널 사랑해 날 용서해 지금부터

    내 잘못이야 날 용서해 지금부터

    날 사랑해 지쳐가는 날 사랑해

     

    윤종신- 나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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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가사가 주옥같다.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는 건지

     

    사람들의 시선에 반짝이던 시절이 지났다고 생각하며 슬퍼하던 한여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사람은 오는 데에는 순서 있어도 가는 데에는 순서 없다고 한여름의 마지막이 그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한여름 스스로도 그렇게 생을 마감하게 될 줄은 몰랐을거다.

     

     

     

    난 지금의 내가 너무 거지 같아서 누군가한테 사랑받았던 일들이 전부 꿈같아

    엄청 빛났던 것 같은데 단숨에 초라해졌어

    꼭 누가 불 끄고 가버린 것 같아

    분명히 사방이 빛이었던 한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한여름이 내 친구였다면, 내가 한여름의 선배였다면 바로 이 노래를 들려줬을 것 같다.

     

     


     

    오랜만에 본 꽤나 여운이 긴 드라마였다. 지금 내 모습과 겹치기도 하면서 내 미래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아 무섭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먹먹했다.

     

    사람마다 정의하는 기준은 다르지만 젊음이란 건 다시 오지 않기에 현재를 더 열심히, 부지런히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한여름의 추억과 꼭 맞는 대사를 적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구겨서 버린 편지 속에

    두 갈래로 찢긴 사진 속에

    평생 열지 않을 상자 속에

    서랍 끝에 머리와 삭제된 메일함 속에

    고함 한번 지르고 온 바닷속에

    그리고 언젠가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 속에

    그러니 그곳에서 내가 가끔 울고 있더라도

    나를 불쌍하다 생각하지 말아요

     

    난 빛나고 아팠어 모두 네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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