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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연인 17회를 보고 나서, 역사의 비극 속에서도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에 대한 위로
    라이프/리뷰 2026. 5. 12. 21:55

     

     

     

     

     

     

    처음 드라마가 시작했을 때는 사실 미적지근했다.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는 채로 본 거라 엄청 루즈하고 지루한 사극일 거라고 예상했기도 했고 사실 결정적인 건 난 꾸준히 언급했듯이 드라마의 비주얼을 크게 보는 편이기 때문.

     

    비주얼합만 보자면 연인의 두 배우도 크게 걸릴 건 없으나 초반에 안은진배우의 과한 도끼병때문에 진입장벽이 꽤나 높았다,,허나 지금은 어화둥둥 우리 길채임👍

     

     

    사실 드라마가 다 끝나고 글을 쓸까 싶었는데 17회를 기점으로 둘의 마음 확인이 끝났다. 사실 해피로 가려면 이렇게 끝나도 되겠다 싶었지만 역사적으로 뒷이야기들이 더 남아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난 지금 글을 쓴다.

     

    저 요즘 연친놈이거든요~ 17화가 끝나고 난 감동을 잊을까봐 적는다.

     

     


     

     

     

    @wonmx

    연인은 ‘몹시 사랑하고 그리워 한’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마냥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만 그리지 않는다.

     

    병자호란으로 인해 조선에서도 청에서도 핍박받는 백성들과 백성들을 그렇게까지 몰아간 인조, 볼모로 끌려간 소현세자와 강빈까지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장현과 길채의 사랑 이야기를 메인으로 끌고 가면서도 이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있으니 볼거리가 풍성할 수밖에.

     

    무엇보다 두 주인공의 연기력이 드라마의 고구마도 참아낼 수 있게 만든다. 남궁민이야 워낙에 연기 잘하는 건 모두가 알 테고 이번 드라마로 안은진의 저력을 모두가 확인한 것 같다. 처음엔 왜 안은진이어야 했을까 싶었는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건 꼭 안은진이어야 했다로 바뀌었다. 초반이랑 분위기 갈아끼운 현재를 보면 놀라울 따름.

     

    주연배우 외에도 연기 구멍이 하나도 없어서 보면서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 량음의 김윤우배우도 너무 잘하고 소현세자를 맡은 김무준배우도 알고있지만에서 봤던 배우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잘 소화해 주고 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오랑캐와 하다못해 포로까지 모두 맡은 역을 찰떡같이 연기해 주고 있어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눈이 즐겁다.

     

     


     

    완벽한 판타지의 남자 주인공 - 이장현

     

     

    사실 이장현이라는 캐릭터는 판타지에 가깝다. 한 여자를 향한 지고지순한 마음을 이렇게까지 품고 있는 남자라니. 본인을 버려도, 밀어내도 어쩔 수 없이 길채에게 돌아가고 마는 말이 안 되는 순정남이다.

     

    더욱이 이장현이 살고 있는 시대는 조선이다. 유교사상이 짙게 물들어 있고 남녀칠세부동석, 가부장제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시대. 그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장현은 21세기에서나 볼 법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나라도 백성들을 지켜주지 않는 마당에 목숨 걸고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들에게 정절을 잃었다며 해명할 기회도, 따뜻한 품도 내어주지 않는 그 시대의 모든 사람이 보란 듯이 장현은 길채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bygasna

    안아줘야지, 괴로웠을 텐데. 많이 아팠지? 많이 힘들었지

     

     

    17회를 보며 내가 다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둘이 아무리 절절해도 눈물이 나진 않았는데 저 대사에서는 울컥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 죽음을 택하거나 손가락질 받으며 시들어갔을 모든 여인에게 건네는 위로 같아서. 당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힘없는 게 죄가 아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난세는 약자의 지옥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중 여자와 아이는 약자 중에서도 약자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래도 길채처럼 꿋꿋이 살아갔을 여자들에게 장현이 시대를 대변하여 건네는 위로 같아서 공감이 많이 갔다.

     

     

     

     조선에서는 볼 수 없는 여성상 - 유길채

     

     

     

    사실 길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정말 많다. 드라마는 이장현을 중심으로 흐르고 있지만 사실 유길채의 성장 스토리다.

     

    우선 유길채 또한 그 시대에 볼 수 없는 여성상이다.

    지체 높은 양반가의 애기씨로 조선시대에서는 남한테 수그릴 필요도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도 없는 신분.

     

    고생하나 안 하고 자란 애기씨가 호란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괜히 뿌듯했다. 어화둥둥 애기씨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는 어엿한 마님으로 성장 까기까지, 그 시대에서는 어디 여자가 바깥일을! 혀를 끌끌차며 손가락질 받을만한 행보지만 길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wonmx

    예전에 강화도에서 다 뛰어내렸을 때 우린 살았어

    난 살아서 좋았어

    내가 지켜줄게 잡아, 잡아


    드라마를 보는 내내 길채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생명력' 이었다. 어느 상황에서도 길채는 살길 바랐다.

     

    외간 남자에게 속살을 보이면 죽어서 정절을 보여줘야 한다고 하는 능군리 어른에게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은애에게도, 오랑캐에게 잡히느니 절벽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조선의 여인들에게도 길채는 살아야지, 무조건 살아야 한다라며 목숨을 지켜낸다. 또한 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본인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오랑캐의 귀를 물어뜯는다.

     

    그 시대 여인들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강한 생명력이었다. 여인의 목숨과 안위를 정절보다 낮은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있다, 살고싶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wonmx

    힘들게 모든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 조선에서 남편은 재혼을 했고 길채는 이혼을 요구했다. 모두 죽었어야 한다고 낯짝 두껍게 고개를 들고 다닌다고 욕해도 길채는 또 살아낸다.

     

    이혼을 하고 비로소 혼자가 된 길채가 조금 편해 보였다면 내 착각일까. 이제 길채는 가족도, 친구도, 남편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없다. 사랑하는 연인을 버려가면서 지켰던 가족들은 길채가 없이도 잘 지냈고 남편은 그 시대 남자들이 그러하듯 길채를 구하지 않았다. 이젠 본인을 목숨 걸고 구해준 제 목숨도 내어줄 수 있는 이장현을 위해 길채답게, 꿋꿋이 잘 살아가면 되니까.

     

    길채를 통해서도, 아니 길채의 존재만으로도 그 시대 같은 처지의 여인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살고 싶은 건 죄가 아니라고 이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큰 위안이었을 것 같다.

     

     


      호란 후 남겨진 포로들

    @wonmx

     

    그동안 병자호란을 다룬 드라마도 많이 없을뿐더러 이렇게까지 포로들의 참혹한 실상을 보여준 드라마가 있었나 싶다. 그 시대를 처절하게 살아갔을 사람들에게는 힘없는 나라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어느 나라나 다 그렇겠다마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유난히 내 고향, 내 땅, 내 나라에 애정이 깊은데 그런 마음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존재하는 것 같다.

     

    도망가다 발뒤축이 깎이고 청나라 왕실 여인들에게 시기를 당해 손가락이 잘려도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사람들의 꿈은 하나였다. 고향땅으로 돌아가는 일. 내가 나고 자란 나라에서 가족들을 만나고 눈을 감는 일. 백성들이 원하는 건 그런 소박한 것이었는데 청의 압박과 살아남은 것이 조선의 치욕이라 여기는 시대적 상황은 그들을 모른 척 넘겨버린다.

     

    그러는 와중에 피로인들은 파리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매질을 당해 죽고, 욕을 당해 죽고, 돈을 들고 자신을 찾으러 온 가족들에게 계속해서 높은 값을 부르는 오랑캐들을 보며 금전적으로 부담이 될까 죽는다.

     

    특히 11,12화는 그 고통이 잘 드러난 회차인데 한 시간 동안 계속 울상으로 봤던 것 같다. 실제 역사에 비하면 새 발의 피겠지만 그만큼 포로들의 묘사가 잘 드러났던 것 같다.

     

    연인에서는 같은 민족끼리도 서로를 팔아넘기는 장면들을 통해 인류애가 사라진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포로들을 구하는 장현을 통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의 해소는 시켜준다. 실제로 존재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있지 않았을까.

     

    근데 아무리 글을 적어도 안타까움은 지워지지 않는다. 실제 고향으로 돌아온 포로보다 돌아오지 못 한 포로들이 훨씬 많았을 테니

     

     

     


     

     

     

     

     

    소현세자와 강빈, 인조

    @bygasna

     

    드라마 최고의 아픈 손가락 소현세자와 강빈. 둘의 역사적 결말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심양에서 고생하는 모습이 더 마음이 아팠다. 두려움으로 인해 잔인해진 왕 대신에 머나먼 심양 땅에서까지 포로들을 살피고 걱정했던 소현세자였는데 멀쩡히 살아 보위에 올랐다면 조선 후기가 더 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조선의 세자와 세자빈 중에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고 온 둘이었으니까.

     

    이제 남은 회차에서는 본격적으로 둘의 최후를 그릴 것 같은데 이 둘의 운명에 장현과 길채의 운명도 걸려있으니 이야기가 어떻게 풀릴지 봐야겠다.

     

    +)

    @bygasna

    본인이 반정으로 보위에 올라 아들 또한 본인의 자리를 위협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에 빠져 결국 세자를 죽음으로 몬 인조지만 실제로는 여느 부모와 같이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였을거다. 청에게 침략을 당한 조선의 상황이, 볼모로 잡혀가 청과 우호적으로 지내고 있다는 세자의 소식이 몸도 마음도 떨어진 상태에서 인조의 아들에 대한 믿음에 균열을 가져다준 거라 생각한다.

     

    두려움에 빠진 자는 잔인해진다고 했다. 두려움에 잡아먹혀 그랬다면 불쌍하긴 하지만 실제 역사 속 인조의 행보는 그 어떤 말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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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mx

    참 드라마 하나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이 교과서 속에서 또는 매스컴 속에서 단어로만 들었던 병자호란의 실상을 이렇게 확인하게 되니까. 역사를 좋아해서 그 시대의 피로인들의 애환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묘사할 줄은 몰랐다.

     

    개연성이 어떻든 17회까지 보고 내가 느낀 점은 병자호란이라는 소재를 잘 다뤘다는 점이다. 역사의 고증자료는 계속해서 새로운 게 나온다고 한다. 옷소매 붉은 끝동만 해도 드라마 이산이 방영될 당시에는 덕임이라는 의빈의 이름이 발견되지 않아 송연이라는 가명을 썼다.

     

    드라마 시작 전에 이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에 픽션이 가미된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가상의 인물이다 보니 약간의 과장이나 왜곡은 있을 수 있으나 병자호란이 발발했을 당시 우리가 알고 있는 인조와 소현세자의 상황에 대한 다른 시각, 호란 이후의 백성과 포로들의 삶, 환향녀라 불리며 죽음을 강요받았던 여인들까지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모두가 어쩔 수 없었음을 이야기하며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게 내가 초반에는 관심 없었던 연인이라는 드라마에 이렇게까지 애정을 갖게 된 이유다.

     

    사랑 이야기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노력했으며, 죄가 없다”고 말해주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왜 이렇게 과몰입을 하냐고 많이 묻는데 사실 내가 과몰입하는 드라마는 사극 한정이다. 실제 역사가 증명하고 있고 또 내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더욱 주인공이라면 어떤 감정일까를 고민해 보는 것 같다.

     

    무튼 결말 전에 쓰는 글이라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 모르겠지만 난 사실 계속 새드엔딩을 예상했던 사람이라 극적으로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둘 다 고생 많이 했는데 좀 행복하게 살게 해주라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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